박상현의 어퍼컷, 김효주의 훌라춤[김종석의 TNT타임]

posted Apr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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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423/113037392/1

 

시즌 첫 우승 뒤풀이 진한 여운
개성 만점 세리머니 흥행카드
성적만큼 중요한 팬 서비스

박상현이 최근 춘천 라비에벨CC에서 끝난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7m가 넘는 버디 퍼팅을 터뜨린 뒤 격정적으로 환호하고 있다. 박상현은 화려한 세리머니로 팬들의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KPGA 제공


박상현(39·동아제약)은 화끈한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통산 11차례 우승컵을 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승리의 기쁨을 표출했다. 그런 모습에 팬들도 함께 열광했다. 오랜 세월 코리안 투어가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박상현이 몇 명 안 되는 인기스타로 주목받는 이유다.

● 짜릿한 7m 버디 화려한 피날레

최근 춘천 라비에벨CC 올드코스에서 끝난 코리안투어 2022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박상현은 5타차 열세를 딛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18번 홀(파4)에서 7m 넘는 버디 퍼팅을 터뜨린 뒤 두 팔을 들고 환호하다가 불끈 쥔 주먹을 허공을 향해 날렸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격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다 들고 있던 퍼터를 놓친 뒤 모자를 내팽개치는 과정에서 고글까지 함께 떨어졌다. 

경기 후 박상현은 이날 세리머니를 자주 펼친 데 대해 “(코로나 사태로) 약 2년 만에 갤러리 분들이 대회장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무관중 대회 기간 때 팬 분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못해 많이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액션이 좀 많이 과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코리안투어에서 처음으로 통산 상금 40억을 돌파해 42억3578만 원을 기록한 베테랑 박상현에게도 이번 대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우승이었다. 앞서 4라운드 8번 홀(파4)에서 는 약 110m를 남기고 시도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떨어진 뒤 내리막 경사를 타고 컵에 빨려 들어가 샷 이글을 낚았다. 펄쩍펄쩍 뛰며 기뻐한 그는 선두 그룹을 2타차로 쫓으며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이글은 마지막 홀 버디와 함께 그를 정상으로 이끈 결정적인 ‘두 방’이었다. 그만큼 우승의 쾌감이 짜릿했으리라. 게다가 아내와 두 아들까지 지켜보고 있었으니. 
 

매경오픈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는 박상현. 팬들은 그런 박상현의 모습에 함께 열광한다. KPGA 제공

 

●남자골프 흥행의 불쏘시개

하지만 마지막 홀 세리머니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구자철 KPGA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현 선수의 과도한 비매너 세리머니. ?????? 오늘 재방 장면 보고 또 봐도 그런 상황에서는 미친 듯 포효하는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일부러 퍼터를 내친 것도 아니고 떨어뜨린 거고. 다만 모자 고글 벗어 던진 건 아쉽다. 축구 맨살 웃통 세리머니처럼 옐로 카드?? ㅎㅎ 그리고 뒷조가 있는데 아들을 그린으로 불러 안고 했단 것은 사실과 다르네. 홀아웃하고 나오며 안아준 걸로 보인다. 아무튼 샷 이글. 18번 홀 버디. 신이 점지한 우승’이란 글을 남겼다. 물음표를 6개나 남겼을 만큼 비매너 논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해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이 게시한 글에는 ‘올 시즌 남자골프 흥행의 불쏘시개 같은 역할이 될 것 같다. 남자골프의 매력을 한껏 어필했을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골프업체 JR 사우스베이 심원석 대표는 “우리가 타이거 우즈의 경기를 좋아 하는 이유가 멋진 장면을 만들고 그때마다 그의 세리머니에 모두 환호하기 때문이다. 타이거 보고 아무도 세리머니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며 “아마추어들도 버디를 잡고 나면 세리머리를 하지 않는가. 상대방에 대한 기선 제압일수도 있다”는 옹호론을 펼쳤다.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한 골프 관계자는 “우승이 확정된 상태도 아니었는데 자칫 그린이 손상될 우려가 있으니 자제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퍼팅 준비하고 있던 남은 선수들에 대한 비매너이고 경고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오픈에 출전했을 때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박상현. KPGA 제공

 

● 팬들이 선수들의 존재 이유

박상현의 세리머니를 향한 시선은 다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의 쇼맨십이 코리안투어의 맛을 살리는 특별한 양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상현은 경기 후 갤러리의 사인이나 사진 촬영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주는 팬 친화적인 선수로 유명하다. 

박상현은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대회, 한 대회가 나만의 작품이다. 우선은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 연기도 잘해야 한다. 어렵고 결정적인 순간에 버디를 했으면 그에 맞는 세리머니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갤러리도 ‘결정적인 순간에 버디를 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박상현의 세리머니가 꼭 희열만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해 코리안투어 마지막 대회인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나왔다. 그는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4.5m 버디 퍼팅을 놓친 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그린 위에 무릎을 꿇었다. 이 퍼트에 성공했다면 대상을 받을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무척 컸다.

박상현은 꾸준하게 기부 활동도 펼치고 있다. 2018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 환자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며 상금의 절반 가량인 1억 원을 자선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구자철 회장은 최근 KPGA 프로골프 구단 리그 출범식에서 “골프 팬들에게 즐길 거리를 선사해야 한다. 선수들은 팬 서비스에 정성과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10년 위기론을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미국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가 대회 전통에 따라 훌라춤을 추고 있다. 처음에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으나 밝은 미소와 함께 춤을 따라 했다. 대홍기획, 구도영 씨 제공

 

● 패자의 박수와 훌라 화답 김효주

박상현이 시즌 첫 대회 챔피언으로 탄생한 날 절친한 후배 김효주(27·롯데)도 하와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효주도 18번 홀(파5)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1타차 선두였던 그는 이 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어져 물에 빠지는 줄 알았으나 러프에 떨어져 가슴을 쓸어내렸다. 2온이 힘든 상황에서 레이업을 한 뒤 세 번째 샷을 핀 30cm 옆에 바짝 붙였다. 우승을 예감한 김효주가 펄쩍펄쩍 뛸 줄 알았으나 가볍게 손을 흔들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1타차 추격을 하던 시부노 하나코(일본)가 김효주의 컴퓨터 어프러치 샷을 본 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신선하게 비춰졌다. 

마지막 홀 버디로 우승을 확정지은 김효주는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 시부노와 포옹을 한 뒤 대회 전통에 따라 하와이의 전통 훌라춤을 췄다. 쑥스러워 하며 가만히 선 채 얼굴까지 감쌌던 그는 특유의 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옆에 있던 현지 댄서들의 춤동작을 따라해 현지 팬들의 열띤 반응을 끌어냈다. 

김효주는 “우승하면 훌라춤을 추는 줄은 알았는데 끝까지 플레이에 집중했다”며 “우승을 한 순간에도 어안이 벙벙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또 “많이 쑥스러웠는데 그래도 메인 스폰서 대회에서 뜻 깊은 우승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효주는 뛰어난 유머 감각과 재치 있는 멘트로 동료 선후배 사이에 인기가 높다. 팬들과도 끈끈한 친화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상현과 김효주는 모두 한연희 전 골프 대표팀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한 감독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늘 겸손하게 연습에 나서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박상현은 5월 5일 성남 남서울CC에서 개막하는 매경오픈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2016년과 2018년 2차례 우승했던 좋은 기억이 있던 무대다. 이번에 우승하면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운다. 하와이에서 귀국한 김효주는 28일 포천 일동레이크GC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크리스 F&C 제44회 KLPGA챔피언십에 나선다. 

두 선수 모두 정상을 향해 다시 ‘칼’을 갈며 뭔가 색다른 세리머니라도 준비할지 모를 일이다. 자신의 모습을 보며 좋아할 팬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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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